코미디 영화에서 진짜 감동을 찾으려는 사람, 어쩌면 그게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웃고 끝나는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가족에 대한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영화 히트맨은 전직 국정원 암살요원이 웹툰 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그 설정이 주는 코미디 이면에 꽤 묵직한 감정이 깔려 있었습니다.

권상우 연기, 기대 이상이었던 이유
영화에서 권상우가 맡은 캐릭터 '준'은 이른바 투 페이스 구조로 설계된 인물입니다. 투 페이스란 영화에서 하나의 인물이 전혀 다른 두 가지 면을 동시에 갖는 캐릭터 설계 방식을 말합니다. 냉철한 암살요원이었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웹툰 마감에 쩔쩔매는 가장으로 돌아오는 구조인데, 이 두 얼굴을 권상우가 어색함 없이 오가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권상우를 멜로 드라마 배우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분들은 이 영화에서 코믹 연기가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 경험상 오히려 그 어설픔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려줬습니다. 요원 시절의 절도 있는 몸놀림과 현실에서의 허당 아빠 연기 사이 간극이 웃음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코미디 연출 방식은 시각적 개그를 적극 활용한 형태입니다. 시각적 개그란 대사 없이 배우의 표정, 행동, 상황 자체로 웃음을 유발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영화관 큰 스크린으로 봤더니 이 부분이 훨씬 살아났는데,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봤다면 반감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개봉 당시 히트맨은 누적 관객 수 약 17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 전체가 침체됐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가벼운 오락 영화로서의 흡인력을 입증하는 숫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액션 코미디의 균형, 잘 잡혔을까
액션 코미디 장르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장르 균형입니다. 장르 균형이란 두 가지 이상의 장르가 한 작품 안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기능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히트맨은 이 균형을 비교적 잘 유지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액션 장면이 튀어나올 때 코미디의 흐름이 끊기거나, 반대로 개그 장면이 액션의 긴장감을 망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터지는 액션 신에서 집중하게 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 장면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사실 저도 가족 이야기에 유독 약한 편인데, 이 영화가 그 부분을 건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었습니다. 내러티브 흐름, 즉 이야기가 장면에서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연결감이 중반 이후부터 다소 어긋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장면 전환이 너무 빨라서 감정이 쌓이기 전에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약간 붕 뜨는 기분이었습니다.
히트맨이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권상우의 투 페이스 연기가 코미디와 액션을 모두 살려줌
- 시각적 개그 연출이 영화관 스크린에서 특히 빛남
- 중반 이후 내러티브 흐름이 다소 어긋나는 구간 존재
- 스토리 전개가 예측 가능한 편이라 반전 기대는 금물
어떤 분들은 이런 예측 가능한 전개를 단점으로 꼽는데, 저는 오히려 그 점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플롯을 따라가며 머리를 쓰기보다는, 그냥 웃고 조마조마하고 싶을 때 딱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코미디 뒤에 숨겨진 가족 메시지
히트맨을 단순한 코미디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의 핵심 감정이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준이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이는 동기가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그 설정이 코미디 포장 안에 꽤 진지하게 녹아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가족이 위기에 처하면 어떤 이성적인 판단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게 됩니다. 저도 중학교 2학년 때 동생이 차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순간, 수업 중이었는데 가방도 챙기지 않고 그냥 학교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동생이 이마에 혹 하나 나고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가족이 얼마나 제 안에서 절대적인 존재인지를 몸으로 알았습니다. 히트맨 속 준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족을 향해 움직이는 장면이 저한테는 단순한 영화적 설정으로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심리적 중요성에 대해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은 "위기 상황에서 가족 유대감이 개인의 행동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어떤 동기보다 강하게 작용한다"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 영화가 그 감정을 코미디라는 껍데기 안에서 조용히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킬링타임 이상의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히트맨은 완성도 높은 예술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웃으면서 보다가 어느 순간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원한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해냅니다. 권상우의 코믹 연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 만족도가 높을 것이고,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볼 영화를 찾고 있다면 이 영화를 첫 번째 선택지로 올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