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액션 영화를 고르다가 뭘 봐야 할지 막막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를 봤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이 단순한 오락 이상의 무게감을 줬기 때문입니다.

현실감이 살아있는 액션 연출
범죄도시의 가장 큰 강점은 와이어 액션을 배제했다는 점입니다. 와이어 액션이란 배우를 와이어로 매달아 공중에서 날아다니거나 비현실적인 동작을 연출하는 기법인데, 한국 액션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던 방식입니다. 이 영화는 그걸 과감히 내려놓고 맨몸 타격감에 집중했습니다. 마동석 배우의 주먹 한 방이 스크린을 뚫고 나올 것 같다는 느낌, 직접 극장에서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촬영 기법 측면에서도 특징이 있습니다. 좁은 골목, 식당 홀, 건물 계단 같은 실생활공간에서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이 많습니다. 핸드헬드 카메라란 삼각대 없이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방식으로, 화면이 약간 흔들리며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관객이 마석도 형사 옆에서 함께 뛰는 것 같은 몰입감이 생깁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형사들의 수사 방식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교 교양 수업의 현장 체험학습으로 가장 친한 친구와 강남 신사동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전 9시 반쯤 신사역 근처를 걷고 있었는데, 지하에 위치한 홀덤바에 강력반 형사들이 진입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습니다. 당시 그 업소는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불법 영업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형사님들이 신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 기억이 범죄도시를 보는 내내 겹쳐졌습니다. 범죄도시가 현실감 있는 이유는 단순히 연출 때문만이 아닙니다. 영화 자체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중반 서울 가리봉동 일대에서 실제로 활동하던 범죄 조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강력범죄 검거 과정에 대한 고증이 영화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국내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는데,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조직폭력 관련 검거 건수도 꾸준히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범죄도시의 액션이 특별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와이어 액션 없이 맨몸 타격 중심으로 현실감 극대화
-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한 생활공간 액션 장면
- 실화 기반의 수사 과정을 반영한 고증
캐릭터가 영화를 살린 방식
저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마동석 배우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워낙 묵직한 존재감으로 유명한 배우여서 이 캐릭터와 잘 맞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마석도 형사는 강함과 인간미를 동시에 가진 캐릭터인데, 그 두 가지를 과장 없이 보여주는 연기가 정말 탁월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윤계상 배우의 장첸 연기입니다. 당시 윤계상은 음악과 드라마에서 쌓은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영화 속 장첸은 그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캐릭터 아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캐릭터 아크란 영화에서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변화하거나 일관된 성격을 유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서사 구조입니다. 장첸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냉혹함을 유지했고, 그 일관성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범죄영화 역사에서 손꼽히는 악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연 배우들의 앙상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앙상블이란 영화에서 여러 인물이 각자의 역할을 조화롭게 소화하며 전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집합적 연기를 말합니다. 조재윤, 최귀화, 진선규 같은 배우들이 주인공 뒤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살려냈고, 강력반 형사들의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코믹한 장면에서도 어색하지 않았는데, 무거운 범죄 스토리 속에서 이런 균형감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흥행 지표를 보면 이 영화의 성취가 더 명확해집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범죄도시는 2017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작품으로, 관람 등급의 제약을 뛰어넘은 흥행작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결과는 특정 관객층만 열광한 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긴 영화라는 뜻입니다.
범죄도시를 선택하기 전 고민이라면, 아래 포인트를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 강렬한 타격감 위주의 현실적인 액션을 원하는 분
- 악역과 주인공 모두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를 원하는 분
- 실화 기반의 범죄 스토리에 관심 있는 분
- 범죄도시 시리즈를 처음 시작하려는 분
범죄도시는 1편이 시리즈 전체의 토대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작품들을 제대로 즐기려면 1편부터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제 경우는 1편을 보고 나서야 왜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지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역시는 역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영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범죄도시 1편을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시리즈를 시작하는 지금이 적기입니다. 단순히 통쾌한 액션을 원하는 분이든, 실화 기반의 탄탄한 스토리를 원하는 분이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본 뒤로 한국 범죄 액션 장르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