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범죄도시 3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저는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 액션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2023년 5월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3, 그 안에 담긴 마약 유통 범죄의 구조가 생각보다 현실과 가깝습니다.

범죄도시 3이 다루는 마약 유통 범죄, 얼마나 현실적인가
범죄도시 3의 배경이 된 마약 유통 조직,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시나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과장님을 따라 들어간 술집에서 우연히 마약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바도 클럽도 아닌, 여러 테이블이 있는 평범한 술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술에 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걸음걸이가 달랐습니다. 비틀거리는 게 아니라 눈빛이 풀리고 표정이 멍한, 마약 특유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옆 테이블에서 작은 비닐팩에 든 흰색 가루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걸 봤을 때, 제가 느낀 건 공포보다 당혹감이었습니다. 그래서 범죄도시 3에서 마석도 형사가 신종 마약 유통 조직을 쫓는 장면이 저한테는 유난히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속 마약 유통 네트워크는 단순한 소매상 수준이 아닙니다. 국내 조직과 일본 야쿠자가 얽힌 다국적 범죄 카르텔 구조로 묘사됩니다. 여기서 카르텔이란 특정 시장을 독점하거나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여러 범죄 조직이 연합을 형성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여러 조직이 각자 이익을 나눠 갖기 위해 연결망을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마약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18,39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영화 속 설정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합니다. 범죄도시 3에서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신종 마약의 등장입니다. 영화 속 조직이 유통하는 물질은 기존 마약류와 달리 탐지가 어려운 신종 합성 마약(NPS)으로 암시됩니다. NPS란 기존 마약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화학 구조를 변형한 합성 물질로, 단속 당국이 법적으로 규제하기 전에 유통되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게 특징입니다. 이 부분이 영화가 단순한 권선징악 액션을 넘어서려 했던 지점이라고 봅니다.
악역 주성철과 범죄 수사의 핵심 긴장감
이준혁이 연기한 주성철,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요? 범죄도시 1의 장첸은 압도적인 폭력성으로,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은 극단적인 잔혹함으로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주성철은 무엇으로 긴장감을 만들었을까요? 저는 이번 악역의 핵심은 "계산"이라고 봤습니다. 주성철은 직접 손을 쓰지 않습니다. 범죄 조직의 뒤에서 구조를 설계하고 이익을 취하는 화이트칼라 범죄자에 가까운 유형입니다. 여기서 화이트칼라 범죄란 폭력 대신 사기, 횡령, 조직 운영 등 지능적 수단으로 이익을 취하는 범죄 유형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전작에 비해 악역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현실에서 실제로 무서운 범죄자는 주먹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주성철이라는 캐릭터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악역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제가 목격했던 마약 장면에서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직접 유통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공급망 끝에 있는 소비자들이었을 겁니다. 일본 야쿠자 조직 측 인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의 존재도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마석도와의 대결 장면에서 광역수사대가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국제 범죄 조직의 위협을 실감 나게 보여줬습니다. 광역수사대란 지역 경찰 조직의 관할 범위를 넘는 광역 범죄를 처리하기 위해 구성된 특수 수사 조직을 의미합니다.
범죄도시 3의 주요 악역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성철: 마약 유통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두뇌형 국내 범죄자
- 리키: 일본 야쿠자 측 실행 인물, 강력한 전투력 보유
- 두 인물의 이해관계 충돌: 단순 형사 대 범죄자를 넘어선 조직 간 갈등 구조 형성
이 구조 덕분에 영화는 마석도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1인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범죄 생태계를 보여주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천만 관객 흥행의 이유와 시리즈의 앞날
범죄도시 3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건 단지 마동석 덕분일까요? 물론 마동석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특유의 묵직한 타격 액션은 이번 작품에서도 핵심 볼거리였고, 긴장된 장면 사이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리듬감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시리즈가 연속으로 천만 관객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접근성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관객이 어떤 전작을 보지 않아도 각 편을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를 앤솔로지 시리즈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앤솔로지 시리즈란 동일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유지하되, 각 편의 스토리가 독립적으로 완결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이 방식은 신규 관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기존 팬의 만족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범죄도시 2 개봉이 1편 이후 5년 만이었던 것과 달리, 3편은 2편 이후 약 1년 만에 개봉했습니다. 이 짧은 제작 주기가 오히려 관객들의 기대감을 더 높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국영화산업 내에서 시리즈물의 속편 흥행 성공률은 단독 작품 대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범죄도시 3가 기존 시리즈와 달리 마약 유통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단순한 폭력 조직 소탕에서 나아가 국제 범죄 네트워크와 신종 마약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시리즈가 점차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범죄도시 3은 깊이 있는 범죄 스릴러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마약 범죄를 실제로 가까이서 목격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영화 속 장면들이 단순한 오락으로만 보이지 않을 겁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1편부터 순서대로 보시길 권합니다. 시리즈 특유의 쾌감이 어디서 오는지 그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